PM의 자질과 갖춰야할 것
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라 퍼옵니다.
출처 : https://www.google.co.kr/search?q=PM%EC%9D%B4+%EA%B0%96%EC%B6%B0%EC%95%BC%ED%95%A0+%EA%B2%83&oq=PM%EC%9D%B4+%EA%B0%96%EC%B6%B0%EC%95%BC%ED%95%A0+%EA%B2%83&aqs=chrome..69i57.3681j0j7&sourceid=chrome&espv=210&es_sm=122&ie=UTF-8
가끔 커리어 패스로 프로덕트 매니저 (PM) 쪽을 하고 싶다는 분들로부터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나보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써 훨씬 뛰어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구글에서 얼마전까지 3년반동안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것을 간략히 정리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군의 역할은 회사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음의 일반적인 원칙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 같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프로덕트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건 마치 "야구장은 야구를 하는 곳이다"와 같이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말이기도 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그야말로 모든 면에 대해서 가장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책임을 지겠지', 또는 '이런 부분까지 내가 챙겨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프로덕트 매니저로써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자신이 맡은 서비스의 가장 열렬한 사용자 중 한명이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시장과 경쟁자 동향, 사용자 요구에 맞추어 제품이나 서비스의 피쳐를 기획하는 '기획자'의 역할이다. 또한 만약 버그가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내고 개발팀에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어야 하며,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 어떤 불편인지를 알아내서 고치는 동시에 그 사용자들과 직접 대화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PR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것 역시 프로덕트 매니저가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관련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미팅 노트를 쓰는 등 사소한 잡일도 당연히 해야 한다.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것을 총괄하고 관리하고 이슈의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최적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만들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자기가 만든 것만큼 동일한 에너지와 지식을 알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에게 자기 자녀와 남의 자녀가 같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구글 생활을 돌이켜 봐도, 남들이 만들어놓은 서비스의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을 했을때 그렇게 큰 모티베이션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트업들의 경우 CEO가 곧 프로덕트 매니저 또는 그 서비스를 실제로 만든 엔지니어인 경우가 많고, 그것이 이상적인 경우라고 생각한다.
좋은 예를 들면 포스퀘어의 데니스 크로울리 (Dennis Crowley) 를 들 수 있다. 데니스는 자신의 머릿속에만 맴돌던 포스퀘어의 서비스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서 개발자 한명과 함께 직접 몇달동안 고생하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몇명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있지만 (그중의 한명은 나와 구글에서 동료로 같이 일하던 사람이다) 여전히 데니스는 포스퀘어의 가장 열렬한 사용자 중 한명이고 프로덕트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뭐 그렇게 본다면 스티브 잡스 역시 최고의 프로덕트 매니저 중의 한명이 아닐까.
따라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가장 좋은 준비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신의 프로덕트나 서비스,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안해보고 말만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정치를 잘 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언제까지나 혼자 만들고 운영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떻게 해서든 일을 이루어 가야 하지만, 자신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바로 정치에 대한 니즈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여기서 말하는 정치라는 것은 나쁜 의미가 이니라, 결국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설득해서, 그 일을 안해도 별 문제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열심히 하게끔 만드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안해도 되는 사람들을 움직여서 일을 하게끔 -- 그것도 매우 열심히 -- 할 수 있는가? 특히나 만일 인사에 대한 권한이 있지도 않다면 말이다.
우선, 위에서 이야기한 프로덕트 매니저의 첫번째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팀내에서 권한(authority)이 생길 것이다. 왜 공연이나 행사를 하나 기획하더라도, 모든 맞바람을 앞에서 꿋꿋이 맞으면서 일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에게 나머지 팀원들이 끌리고, 방향성에 대해서도 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되지 않나.
또한 두번째로, 굳이 나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서, 프로덕트 매니저는 “방 안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방 안에서 가장 많이 알고있는 사람
프로덕트 매니저는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둘러싼 모든 것들 -- 시장, 경쟁환경, 트렌드, 기술적인 부분들 -- 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식 사회에서 리더는 결국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직급이 아무리 높더라도 회의중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보다는, 직급이 낮더라도 해당 분야를 너무 잘 알고 있고 따라서 그에 기반해서 정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에게로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그런 리더가 되어야 한다. 흔히 리더십은 비전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비전은 자다가 또는 샤워하다가 갑자기 나오는게 아니라, 많이 알고 많이 생각하는 사람에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조직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따라서 왠만큼 좋은 회사에서는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 있게 마련이다.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당연히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최고라는 확신이 강하고, 그러다 보면 방안에 모아놓은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주장을 펼치며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할 수도 없는 입장인 것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자기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들로 하여금 직접 일까지 하게끔 만들어야 되는 사람이다. 따라서 어설프게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소위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이다. 따라서 정확한 팩트와 데이터에 기반해서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가끔 프로덕트 매니저는 법정에 서는 변호사와 같기도 하다고 느껴진다.
나도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할 때는 너무도 당연한 기능인데 그걸 넣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팀을 설득해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때 그냥 “아니 이건 당연한 건데 왜 그걸 모르냐”는 등의 주관적인 설득을 펼치면 거의 성과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납득 가능한 데이터를 제시하면 다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한번은 유저들을 대상으로 내가 제안했던 기능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고, 그 결과 80% 이상이 그 기능을 필요로 한다고 답변을 했었다. 그 데이터를 제시하자 어렵지 않게 그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다. 전에는 반대했던 사람도 흔쾌히 결과를 수용했었다.
물론 남들을 설득하는 일에 너무 치중해서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다 쓴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빨리빨리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내부 설득에 시간을 쏟는단 말인가. 하지만 어차피 일은 사람이 하는 거고, 육체노동이 아닌 지식 노동은 그걸 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100% 납득이 되어야 최대의 성과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일견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고 시간낭비처럼 보이지만 큰 그림에서 본다면 그것이 오히려 지름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 대상은 시장이나 사용자 니즈에 대한 것도 있지만 기술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구글의 경우 엔지니어 출신의 PM들이 굉장히 많다. 코딩을 직접 할 필요는 없지만 엔지니어들과 함께 깊은 기술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술적 지식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실 나도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말과 글에 능해야 한다
팩트와 데이터만큼 중요한게 없지만, 그 팩트와 데이터를 전달하는 소위 “딜리버리”역시 매우 중요하다. 세상은 이성만으로 되는게 아니라 감성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두리뭉실한 말이고,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말과 글에 능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주위의 뛰어난 프로덕트 매니저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말 말 잘 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잘 한다”는 말은 여러 가지를 포함하는데, 단순히 말을 번지르르 잘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자신에게 온 이메일이 어떤 방식으로든 응답되는데 최대 24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든지, 단순히 이메일을 포워딩만 하고 잊어버리는게 아니라 그 이메일이 잘 처리되고 있는지를 끝까지 팔로우업 하는 것, 이런 것들도 크게보면 모두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목표는 자기가 커뮤니케이션 잘 하는 사람임을 증명하는게 아니라, 일을 이루어가기 위해서 모든 이익 대변자 (stakeholder) 들이 다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글쓰기 능력도 중요한게, “팩트”라는 것 역시 몇단계 노드를 거치는 동안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왜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했던 게임중에, 매우 쉬운 단어 하나를 보여주고 다음 사람에게 그 단어를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있지 않았는가? 불과 4명만 거쳐도 전혀 다른 단어를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점점 가면 갈수록 얼굴을 맞대고 같은 물리 공간에서 일하지 않고 지리적으로 분산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distributed company”)가 많아지는 추세이고, 따라서 장황하지 않게 간략하지만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글쓰기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사실 대부분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너무 바빠서 이메일 하나 쓰는데 정말 짧은 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다. 글뿐만 아니라 말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내에 핵심적으로 말과 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갖추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단순히 친목 모임에서 자기 소개를 시켜봐도, 어떤 사람은 단 몇마디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인생 살아온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는데 결론을 못내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은 회의때도 똑같은 양상을 보인다. 이런건 다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덕을 갖춘 사람
실제적인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헀지만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는 인성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많은 지식도 쌓아야 하고, 데이터와 팩트에 기반해서 주장도 펼칠 줄 알아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덕”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인간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 줄 아는 사람이 되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때로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강력한 어조로 자기 주장을 펴면서 어려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하는게 프로덕트 매니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저 사람은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사람, 공을 다른 사람에게 돌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프로덕트 매니저는 보는 앞에서는 사람을 있는대로 칭찬하지만 돌아서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사람보다 자신의 공을 은근히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을 상대방이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좁은거고, 또한 사람이란게 얼마나 영특한 동물인데 그런 것을 모르랴. 정말 인격이 앞선 사람은 상대방이 없거나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을 때에도 그사람에게 공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이다.
다시한번, 프로덕트 매니저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하게끔 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결국 자신을 스스로 내세울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비전대로 열심히 일을 해주어서 좋은 성과가 나오면, 자기는 아무 일도 안해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