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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전역한 지도 딱 6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내가 군대에 갔다가 전역을 하고 6개월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가끔 담배를 필 때면, 군대에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에 간다는 것은 참 큰 짐이라 생각을 많이 한다.
20대 청춘의 초반을 2년동안 버리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게 내가 군대가기 전 20살때
했던 생각이고, 지금 군대를 가지 않은 후배들 대부분이 하는 생각이다.
군대에 가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
물론 1억을 주면서 다시 3년전으로 돌아가 처음 부터 하라고 해도
다시 돌아가긴 싫지만,
지나고 나면 가끔은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
20살 때, 주변에서 편한 보직으로 가라는 형들의 말을 무시하고,
'뭐 어차피 대한민국 남자들 다 갔다오는 곳인데, 나도 그냥 갔다오련다!'
라는 생각으로 일반 보병으로 지원해서 입대하게 되었다.
들어가고 두세달이 넘어갈 무렵,
'아...내가 무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행동하고, 엄격한 통제와 규율 속에 사는 게 참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GOP에서도 (난 5사단 GOP 부대를 전역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참 시간이 가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다.
그래도 군대란 곳이 절대 나쁜 곳이 아니다.
애국심이 투철해서 난 군대에 갈꺼야 ! 이런 분들은 흔치 않더라도,
군대는 남자에게 잠깐의 휴식이 된다.
정신없이 대학교를 나오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충분히 생각할 시간과 잠깐의 텀을
가질 수 있다.
2년이란 시간동안, 윗 사람에 대한 예의와 흔히들 말하는 개념,
그리고 미래에 내가 뭘 할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건 뭔지,
그리고 살아온 지난 과거에 대한 반성 또한 넘치는 시간 내내 하게 된다.
정말 각지에서 온 각 연령대의 온갖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맥도 넓히게 되고,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알았던 것 같다.
힘들고 고되었던 만큼 정말 잊지 못할 추억 또한 남았다.
들어가자마자 춤을 추다 와서 한달 내내 내무실을 돌아다니며 춤을 췄던 일.
GOP에서 멧돼지에게 쫓기거나, 추운 겨울날 밤새도록 야외 초소에서 아무 소리도 없는
DMZ를 바라보면서 철책선을 지키던 일,
후임병들과 장난치며 밤에 몰래 라면을 먹었던 일,
야간 근무 마치고 먹었던 라면이 절대 사회에 나와선 그 맛이 안나는 것,
휴가와 외박 도중에 동기들과 했던 많은 얘기들,
훈련 도중에 생겼던 수많은 일들, 수많은 선임들과 후임들과 나누었던 인생얘기,
태어나 처음 총이란 것과 수류탄을 던져보고,
욕먹고, 정말 가지 않는 시간을 매일 같이 세면서 한탄하던 기억들 까지,
(더 나빴던 기억은 이야기 하지 않겠다)
남자에겐 군대는 제2의 인생이 된다.
지나고 나면 참으로 아쉽고 그리운 시간이 되는 게 군대인 것 같다.
가끔 동기들이나 후임들과 (이제는 전역해버린) 술을 마시거나,
소대장이나 부소대장에게 전화가 올 때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바닥을 쳐본다는 것,
한 발짝 움직일 힘이 없어도 끝내 버티고 버티면 버텨진다는 것,
이렇게 짧은 글로 모든 걸 얘기 할 순 없겠지만,
군대 갔다 온 분들은 충분히 알 거다.
그리고 이제 군대를 가야하는 분들도, 겁내지 말고 당당하게 가서 즐겁게 군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에 가야 된다는 것,
그리 나쁘고 우울한 일만은 아니다.
그 시간만큼 많은 걸 얻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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