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7) 썸네일형 리스트형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7화: 잊혀진 유적 도시의 어두운 골목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이레온의 망치 손잡이를 스쳐 지나갔다. 거친 쇠붙이 냄새와 증기기관에서 흘러나온 기계 기름의 향기가 공기 중에 떠돌았다. 루나벤시아의 밤은 어딘가 불길했다. 불을 뿜는 공장 굴뚝들이 달빛을 가리고, 전선과 기어들이 얽힌 도시의 스팀펑크 풍경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 같았다.“선택이라...” 이레온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냉철한 목소리는 쇠붙이를 갈아대듯 거칠고 단단했다. “내겐 선택할 시간이 없어. 시간은 이미 저주와 함께 멈췄으니까.”루미엘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성스러운 황금빛 눈동자가 이레온의 차가운 청회색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가 말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먼저 들어봐야 해요. 루나벤시아는 평범한 도시가 아니잖아요. 이곳에 숨겨진 진실이 칼립소와 연결돼..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6화: 중심 도시의 음모 검은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도시의 중심 탑을 향해 날아가는 광경은 루미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은은한 빛을 띤 손을 이마 위에 얹어 햇빛을 가리며 말했다."저건... 비둘기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경고신호인 걸까요?"이레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깃털은 태양빛을 가리듯 날개를 퍼덕였고, 발에 묶인 두루마리는 바람에 흔들렸다. 그는 짧게 대꾸했다."경고라면 이미 충분히 겪었다. 하지만 저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자들이 있다는 의미겠지."루미엘은 그의 냉정한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에서는 신성한 마법의 잔여 광채가 은은하게 빛났다."그러면 그 메시지의 주인이 우리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겠군요. 칼립소의 추종자..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5화: 여정의 시작 산속에 아침 햇살이 적당히 내려앉았다. 이레온은 묵직한 여행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루미엘은 허리춤에 단단히 고정한 작은 가방을 확인한 후 출발 준비를 마쳤다. 성역을 출발한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말문을 연 건 피노뿐이었다."이봐, 이레온. 왜 이렇게 말을 아꼈냐? 아니, 루미엘 양. 당신도 뭔가 좀 얘길 해봐. 이런 분위기면 나까지 졸려 죽겠다고!"피노의 투덜거림이 대장간에서처럼 익숙하게 들려왔다. 이레온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도깨비 망치가 말을 멈춘다면, 세상에 고요가 찾아오겠지.""그게 칭찬이야 비꼼이야? 아니, 대답 안 해도 안다. 당연히 비꼬는 거겠지. 이래서 무뚝뚝한 인간하고는 대화가 어렵다니까.""이건 무뚝뚝한 게 아니라, 불필요한 대화는 피하는 성격인 겁니다." 루미엘이 피식 웃으며..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4화: 허무의 그림자 루미엘이 조심스럽게 꺼낸 유물은 녹이 슨 금속 조각이었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은빛 도금은 과거의 영광을 증명하는 듯했지만, 지금은 철저히 잊힌 유적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끝에 닿은 금속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고, 어딘가 음산한 기운마저 뿜어내고 있었다.“이게 바로 성역 깊은 곳에서 발견된 유물이에요. 처음에는 단순한 고대 왕국의 잔해일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루미엘은 금속을 이레온 앞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이 금속에서 허무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성역의 사제들이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했지만, 저를 포함해 여러 신성 마법사들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건 칼립소, 그 자와 연관된 유물이에요.”이레온은 아무 말 없이 금속 조각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초점 없는 듯 멍하니 흔들렸다. ..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3화: 망치의 속삭임 대장간 내부는 여전히 뜨겁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도, 그곳에 울려 퍼지는 망치 소리도 이레온의 마음을 덮어주진 못했다."이레온, 계속 이렇게 굴 건가요?" 피노의 듣기 싫은 쨍한 목소리가 고요를 깨고 흘러나왔다. "그 성역의 마법사 아가씨 말이 맞잖아. 칼립소가 돌아오면 이 세상은 끝이야. 당신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이레온은 들고 있던 쇠막대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쇠와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대장간 벽에 등을 기댔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안 끼어든다고? 하!" 피노는 망치 몸체를 덜그럭거리며 웃어댔다. "그럼 당신은 칼립소가 세상을 집어삼킬 때까지 여기서 쇠나 두드리며 버틸 생각인가? 불사의 몸이..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2화: 성역의 방문자 이레온은 쇠망치를 높이 들었다. 벽난로에서 피어오른 선홍빛 불꽃이 그의 단단한 얼굴을 물들였다. 망치질 하나하나마다 뜨거운 열기가 뿜어지며 대장간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듯, 그의 의식은 오직 쇳덩이와 망치 소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허무를 담는 검…’이레온은 손에 들린 금속 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칼이 되기엔 너무 거칠고, 무언가를 베기엔 아직 미완성의 상태였다. 칼립소를 막을 도구로 삼기엔 아직 갈 길이 멀었다.“휴...”그는 잠시 망치를 내려놓고 땀에 젖은 얼굴을 닦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불사의 저주는 몸을 지치게 하는 법이 없었다. 피로는 오롯이 마음의 영역이었다.“어이, 이레온! 그래도 조금은 쉬어가면서 해! 네가 불사의 몸이.. 광기의 대장간: 무형의 망치 - 1화: 불멸의 망치 1화: 불멸의 망치검붉은 노을빛이 드리운 산속, 바람은 차갑고도 날카로웠다. 그러나 이레온의 대장간에서는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커다란 풀무가 쉬지 않고 숨을 내뱉듯 불을 키우고, 뜨겁게 달아오른 쇳덩이들이 이레온의 망치 아래에서 본래의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퉁, 퉁, 쾅!"묵직한 망치질 소리가 대장간을 울리고, 그 아래에서 뜨거운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이레온은 굳은 표정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그의 팔뚝은 강철처럼 단단했고, 눈은 불꽃처럼 날카로웠다. 그런 그의 옆에서 작은 말썽꾸러기 도깨비 망치 피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이레온! 너무 단단하게 두드리는 거 아니야? 이러다 쇠도 너한테 항복하겠어!" 피노는 대장간 한쪽 구석에 세워져 있다가, 갑자기 살아난 듯 입을 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