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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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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14화: 테오의 비밀 붉은 번개는 하늘을 가르며 칠흑같이 어두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남겨진 것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다. 공기마저 무겁게 짓누르는 그 음산한 기운은 카이론의 숨조차 막히게 했다. 그는 검을 꽉 쥔 채, 테오를 흘깃 바라봤다. 테오는 여전히 무언가를 곱씹는 듯했다. 그의 눈빛은 초조함과 결의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테오,” 카이론이 입을 열었다. 긴장이 목소리에 실려 나갔다. “저게 뭔지 알고 있는 거냐?”테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저건... 이 세계의 균열을 더 크게 찢으려는 거야. 베일런이 마지막 수를 두는 것 같군.”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경쾌함을 잃고, 낯선 무게를 담고 있었다.라일라는 이미 칼날을 꺼낸 채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은빛 머리카..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13화: 계약의 대가 땅이 갈라지는 소리는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을 내며 도시 전체를 흔들었다. 미네르바의 하늘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었고,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워졌다. 균열 사이로 솟아오른 혼돈의 존재는 눈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것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검은 연기와도 같았으나, 연기 속에서 번쩍이는 붉은 눈들이 수백, 아니 수천 개나 있었다. 그것이 내뿜는 기운만으로도 모든 것이 부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카이론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의 손끝에서 검은 불꽃이 맴돌며 작게 으르렁댔다. ‘겁낼 필요 없어. 넌 이미 이걸 받아들였잖아.’ 그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은 그가 느끼는 압박감을 여실히 드러냈다.라일라가 그의 옆으로 걸어나왔다. 그녀의 눈은 평소처럼 ..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12화: 베일런의 도발 검은 안개가 공간을 잠식하듯 퍼져나갔다.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숨을 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찌르는 것 같았다. 카이론의 검에 피어오르던 불꽃도 잠시 흔들리더니, 마치 검 자체가 이 어둠에 압도당한 듯 약간 흐릿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들었다.'흔들리지 마. 이건 그의 게임일 뿐이야.'베일런의 형체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났다. 검은 망토가 바닥을 스칠 때마다 거기서 끈적한 어둠이 흐르듯 흘렀다.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걸음을 멈추고, 손에 들린 작은 흑옥 주머니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안에서 흐느끼는 음산한 울음소리가 세어나왔다."카이론 블레어," 베일런이 그의 이름을 천천히 읊조렸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울림은 직격탄처럼 가슴을 때렸다. "죽은 자들의 운..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11화: 배신의 조각 카이론은 차가운 금속 냄새를 맡으며 눈을 떴다. 어둠이 그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진 않았지만,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하게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희미했지만, 그것은 그가 여기에 있다는 단 하나의 증거였다.“라일라! 테오!” 그는 턱 끝이 떨리는 소리를 내며 외쳤다. 목소리는 어둠 속에 삼켜져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단 한 순간, 그의 심장이 주먹처럼 움켜쥐어졌다. ‘이건 뭐지?’ 그의 머릿속에서 본능적인 경고가 울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지켜보는 시선 같았다.그리고 그 순간, 등 뒤에서 낮고 묵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카이론 블레어. 너도 결국 이곳에 도달했군.”베일런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카이..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10화: 영혼의 목소리 어둠이 웅장하게 몰려왔다. 미네르바의 하늘은 이미 죽은 자들의 세계와 뒤섞여 무언가 숨 막히는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찬 바람이 골목과 골목 사이를 스치며 소름 끼치는 속삭임을 남겼다. 라일라가 들고 있는 낫의 날카로운 곡선이 어둠 속에서 흐릿한 빛을 반사하며 푸르게 빛났다. 그녀의 시선은 멀리, 그러나 선명하게 초점을 잡고 있었다.카이론은 숨을 고르며 땅에 떨어진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계속해서 형태를 바꿨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일렁이며 자신만의 의지를 가진 듯 움직였다. 그의 손에서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온몸의 피가 끓는 듯 뜨겁고, 동시에 차가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억누르며 스스로를 다잡았다.‘여기서 멈출 수 없다.’..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9화: 사신의 과거 카이론은 숨을 고르며 검은 불꽃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베일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며 비아냥 섞인 웃음을 흘렸다. 주변의 공기는 점점 탁해졌고, 괴물의 거친 숨소리가 바닥을 긁는 듯 울렸다.“네가 선택한 길의 끝이 어디일지 알고 있나?” 베일런이 천천히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그 불꽃은 너를 태울 것이다. 결국, 네가 무너진 뒤엔 나만 남겠지.”카이론은 그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그 말에 흔들릴 시간이 없어.’ 그의 발끝으로부터 서서히 어둠이 퍼져 나갔다. 마치 바닥을 기어가는 그림자처럼. “내가 무너지더라도, 넌 여기서 끝나.”그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공기 중에 전율이 흘렀다..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7화: 첫 번째 단서 괴물의 뾰족한 손톱이 공기를 찢으며 휘둘렀다. 카이론은 간신히 몸을 틀어 그 공격을 피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녹슨 단검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질 듯 위태로웠다.'생각해. 이겨내야 해. 물러설 곳은 없어.'카이론은 이를 악물고 괴물의 거대한 팔뚝을 향해 단검을 내리쳤다. 금속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났지만, 괴물은 아프다는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짙은 검붉은 안개로 이루어진 형체는 그 상처를 흡수하듯 금세 아물어버렸다.“안 먹혀?” 카이론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그 순간, 괴물의 거대한 손이 다시 휘둘러졌다. 이번엔 피할 새도 없었다. 강렬한 충격이 그의 몸을 덮쳤다. 카이론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입술 사이로 피가 스며 나왔다..
망자의 손길: 죽음의 계약 - 6화: 운명의 계약 붉은 달빛이 미네르바의 거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 중심부에서 카이론은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검은 불꽃이 아직 손끝에서 미약하게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듯 떨려왔다. 베일런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그 남기고 간 끔찍한 예감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카이론, 괜찮아?" 테오가 부러진 지팡이를 짚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평소의 장난기 섞인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진지하고 굳어 있었다. 그는 카이론 옆에 쪼그려 앉아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너 지금 영혼이 흔들리고 있어. 이거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카이론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테오를 바라봤다. 시야는 흐릿했고, 귀에선 이명이 들렸다. 모든 것이 기울어지는 듯했다. '내가... 실패한..